2004년 9월 병역비리에 연루된 야구 선수들이 서울지방검찰청에 출두하는 모습.
‘환자 바꿔치기’ 수법을 이용한 병역비리 사건으로 요즘 시끄럽습니다. 경찰은 브로커 은행계좌를 추적하며 포위망을 좁혀가지만 병원은 환자의 병역기피를 알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환자 바꿔치기’를 신종 병역비리 수법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확인해보니 1993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의사와 방사선기사, 원무계장이 브로커나 부모한테서 수백, 수천 만원을 받고 병역의무자의 CT필름을 환자의 필름과 맞바꾼 사건입니다.
방사선기사 박모(58)씨와 원무계장 김모씨는 서울 영등포동의 한 병원에서 일했습니다. 1993년 평소 알고 지내던 서울 미아동의 의사인 이모씨가 아들이 병역을 면제받도록 허위진단서를 떼달라고 요구합니다. 두 사람은 자신이 일하는 병원의 의사인 이모(54)씨에게 부탁했고, 병역면제자의 어머니도 2000만원을 건넵니다. 병원장 이씨는 방사선기사인 박씨가 바꿔치기한 허리부위 CT촬영 필름을 이용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했습니다. 이후에도 박씨는 병역 면제 알선브로커 박모씨의 부탁을 받고 수십 차례에 걸쳐 다른 환자의 CT 필름을 제공합니다. 대가는 수백 만원의 용돈이었습니다. 이들은 1998년 10월 군 검찰의 병역비리사건 수사로 5년간의 범행이 들통납니다.
이들은 어떤 형사처벌을 받았을까요? 다른 환자의 CT필름을 제공했던 방사선기사 박씨는 징역 2년 6월을,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의사 이모씨는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았습니다.
2004년 9월 또 한번 병역비리 사건이 터집니다. 프로야구 선수 50여명이 병역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은 것입니다. 이들은 2001년 신체검사를 받으면서 브로커한테서 받은 알부민 등 약물을 소변에 섞어 신장질환이 있는 것처럼 속여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를 받았습니다. 대부분 범행을 자백했고 프로 야구선수 30여명이 구속되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법원은 이들에게 징역 7~10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초범인 데다 야구선수를 사실상 은퇴해야 하는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었습니다. 재판부는 “건장한 대한민국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성실하게 이행해야 할 병역의 의무를 저버림으로써 많은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주고 대한민국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수형생활을 마친 야구 선수들은 또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해야 했습니다. 현행 병역법에서는 징역 1년6월 이상은 병역을 면제받지만 징역 6월~1년6월은 보충역 복무가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야구선수들에게 병역 면제 방법을 과외하던 브로커 우모(43)씨와 김모(34)씨는 징역 3년을 각각 선고 받았습니다. 우씨는 2001년 10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총 44회, 김씨는 2002년 2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총 31회 허위 병역진단서를 발급받도록 도왔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병역면제 처분을 받으려고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았더라도 이를 지방병무청에 제출하지 않았으면 병역법 위반이 아니라고 밝히며 일부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악순환처럼 반복되는 병역비리, 뿌리 뽑을 방법은 지원을 받아 군대를 유지하는 모병제밖에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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