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동 성폭력 범죄의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형 이상인데 선고형은 이에 훨씬 못 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입니다. 법원은 어떤 이유로 법정형 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고 있을까요?
법원의 감형은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나영이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징역 12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서 ▲ 여덟 살 어린이를 목 졸라 강간했고 ▲ 성폭력으로 피해자가 영구 장애를 입어 앞으로 성장 과정에서 심한 고통을 입을 것이며 ▲ 피해자와 그 가족은 평생토록 지울 수 없는 참담하고도 심각한 고통과 정신적 상처도 예상된다며 피고인 조모(57)씨를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습니다.
관련 블로그 글: 나영이 성폭력 가해자 “제3의 진범 있다” 파렴치한 변명
( http://ejung.blog.seoul.co.kr/107 )
●관행적으로 아동성범죄 ‘감형’
하지만 ‘법령의 적용’에 ‘형법 제10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의 심신미약 감경’이라고 적었을 뿐 구체적으로 형량을 줄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따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아동 성범죄자의 감형이 일반적으로 이뤄진다는 얘기지요. 아동 성폭력 전담센터인 ‘서울해바라기 아동센터’가 법률지원 중이거나 지원했던 사건의 판결문 28개를 분석한 결과를 이 같은 해석이 더욱 분명해 졌습니다. (보고서 ‘아동성폭력 재범 방지 및 아동 보호 대책’ 2008년, 법무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발간)
양형 고려 요인을 중복으로 계산한 결과 피고인의 형량을 깎아준 재판부의 첫째 이유는 ‘동일한 종류의 전과가 없음’(16건)이었습니다. 살인 전과가 있는 피고인도, 두 명의 아동을 성폭행한 피고인도 이런 이유로 형량이 줄었습니다. 살인을 저지른 적이 있지만, 아동을 성폭행한 적은 없으니 형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자주 거론되는 감형 이유는 자백(11건)과 범행에 대한 반성(10건)이었습니다. 범행 당시의 나이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습니다. 미성년임을 고려한 것이 3건인 반면, 고령이라는 점은 7건이나 감안했습니다. 어떤 판결문은 나이가 70세가 넘어 더 이상 추가 범행할 가능성이 없다고 적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으니 당뇨 등 신체 질병, 정신과 치료(우울증) 병력까지 더해져 형이 많이 줄었습니다.
● 음주 감형은 남성중심적 통념 때문
이밖에 합의됐다는 이유가 5건, 술을 마셨다는 이유가 3건, 부양할 자녀가 있다는 이유가 3건으로 조사됐습니다.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형량을 줄여주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남성 중심적인 우리 사회 통념의 때문에 생겨난 논리라고 주장합니다. 남성의 성적 욕구는 충동적이라 항상 제어할 필요가 있는데 남자가 술을 마시면 그 제어 능력이 떨어져 본능적인 충동에 따라 성폭력을 감행한다는 시각이라는 지적이지요. 아동성폭력을 남성의 충동적인 성욕구로 바라보는 것이 가당하기나 한 것인지….
인내심을 갖고 좀더 살펴볼까요?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 피고인이 지적 장애를 지녔다,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다, 추행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가 각각 2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유공자라는 점이 감안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재범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형량을 줄인 것도 있었는데 정신과 전문의가 분석한 것이 아니라, 판사가 피고인 변호사의 그 같은 주장을 받아들인 것뿐이었습니다. 피고인이 반성한다고, 다시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 재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법원이 믿어주는 것이지요.
● 아동에게 후유증이 없다
놀라지 마십시오. 아동이 후유증이 없다는 것을 재판부가 감형 사유로 들기도 했습니다.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경험한 아동이 후유증이 없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지금 당장은 별다른 피해가 없어 보일지라도, 자라면서 그 아이가 어떤 피해를 경험할지 도대체 판사가 어떻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인가요? 1심에서는 가슴을 만지는 등의 성추행이 있었지만, 과한 애정 표현이었을 뿐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가 2심에서 유죄로 뒤바뀐 판례도 있었습니다.
아동성범죄자를 무조건 오랫동안 감옥에 가두는 것이 능사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폭력이 얼마나 무서운 범죄인지 어릴 때부터 제대로 교육하고,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교도소 내 재교육이 필요하며, 이것이 아동성범죄를 보다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성범죄자의 개인신상을 등급별로 나눠 지역 사회에 공개하고, 전자발찌도 남용되지 않는 선에서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것, 최선책은 아니지만 현재는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합니다.
● 국민이 심판으로 나서야 할 때
그러나 판사가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안이하게, 습관적으로 깎아주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이 판사에게 ‘심판’의 자리를 허락할 때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논리)를 들어 판결을 내릴 의무까지도 부여했습니다. 결론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판사가 설명하는 이유 하나 하나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면 결국 국민도 판결에 승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판사가 지금의 아동성범죄자의 감형 이유처럼, 비상식적인 이유를 당당히 내세우며 판결하고 승복을 요구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법률가만의 판결을 따를 수가 없습니다.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이 판결에 반영되도록 국민이 스스로 심판자로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에 다가와 있습니다.
관련 블로그 글: 국민의 법 상식이 법률가의 법 지식을 이겼다
( http://ejung.blog.seoul.co.kr/78 )
관련 기사: “증거·진술 최우선”… 보통사람들의 法균형은 탁월했다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706006001 )
인터뷰 1 김영민 서울중앙지검 검사 “유·무죄 다투지 않는 참여재판은 줄여야”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706006004 )
인터뷰2 김형국 국선전담변호사 “사회적 파장 큰 사건 참여재판 진행돼야”
(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706006003 )
덧붙임: 2008년 시범 도입된 국민참여재판(배심제)은 2013년에 본격 도입 여부를 결정합니다. 현재는 피고인이 신청해야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며 대상 범죄도 살인, 강도상해, 상해치사, 강간상해, 뇌물, 상습강도, 준강간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2008년에는 60건, 올해는 6월12일까지 26건이 진행됐습니다. 일반 국민인 배심원은 피고인의 유·무죄는 물론 양형까지도 평결하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판결합니다. 반영률은 90% 이상입니다.
다음은 서울해바라기 아동센터가 분석한 법원의 아동성폭력범 감형 이유를 표로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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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당신 덕분에 꽃이 핍니다♡ 2009/10/06 12:09 삭제
Subject: 도가니, 눈 먼 자들의 안개지옥
사람은 동물입니다. 제 아무리 잘난 척을 해봐야 깊은 밤이면 외로움에 흔들리고, 자기 욕망에 휘둘리기 일쑤입니다. 뼈 속 깊이 웅크리고 있는 짐승은 틈 날 때마다 뛰쳐나와 삶을 할퀴죠. 사람들은 상처와 흉으로 너저분해진 생활을 붙들면서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살아갑니다. 해일처럼 밀어닥치는 욕망 앞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후회하기를 되풀이하죠. 그렇게 인생이란 수레바퀴는 굴러갑니다. <?xml:namespace> 놀라운 21세기라지만 사람들 의식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