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What’s the winning song?” (우승한 캠페인 노래가 뭐요?)
힐러리 클린턴: “You’ll see.” (곧 알게 돼요.)
2007년 6월 당시 민주당 차기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남편 빌 클린턴과 미국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패러디한 온라인 동영상에 출연했다고 우리나라 언론이 보도하면서 클린턴 부부의 대사를 이렇게 번역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 저는, 예일대 법과대학원 동창으로 만나 1975년 결혼, 30년간 ‘정치적 동지’로 살아온 클린턴 부부가 정말 이렇게 다른 말투를 쓸까 궁금했습니다. 빌 클린턴은 권위적인 ‘하오체’를, 힐러리 클린턴은 공손한 ‘해요체’를 쓰는 것으로 번역했으니까요. 원문이나 클린턴 부부의 다른 대화를 찾아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뉘앙스까지 잡아낼 영어 실력은 안되지만, 대체적으로 동일한 말투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언론이, 남편은 반말을, 아내는 존댓말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고, 두 사람의 평등한 언어를, 불평등하게 번역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통령 부부의 말투는 어떨까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때 서울시청을 취재했던 저의 경험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의 부부간 언어는 동등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몇 년 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시장 공관으로 저녁식사를 초대한 적이 있습니다. 출입 기자단과 공관의 잔디밭 정원에서 ‘가든 뷔페’를 즐긴 것이지요.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 다니다 보니 저는, 뜻하지 않게 김윤옥 여사 옆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다른 여기자들과 함께 인사를 하고 연애·가족 등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오래 전이라 대화 내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 김윤옥 여사가 이명박 시장을 부르는 ‘호칭’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김 여사는 ‘시장님’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명박 시장을 가까이에서 부를 때는 물론이고, 딸이나 사위, 아들에게 어떤 아버지인지 묻는 개인적인 질문에도 “우리 시장님께서는 마음이 여려서 아이들을 잘 혼내지 못하셨어요.”라고 답변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직함이 바뀔 때마다 김 여사의 호칭도 변천하지 않았나 저는 그렇게 짐작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일 때는 ‘사장님’, 회장일 때는 ‘회장님’, 국회의원일 때는 ‘의원님’, 서울시장일 때는 ‘시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김윤옥 여사의 ‘극존칭’이 어색했지만, ‘서울시장’쯤 되는 어른은 그런 말투를 쓰나 보다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생각이 깨졌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비슷한 행사가 서울시장 공관에서 다시 열렸습니다. 그 날도 우연치 않게 오 시장의 아내 송현옥 여사(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 옆자리에 앉게 됐습니다. 과거 경험이 있으니 송 여사의 호칭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더군요. 오세훈 시장 부부는 고등학생 때 함께 과외를 받다가 ‘눈이 맞아서’ 연애한 첫사랑 커플입니다. 당연히 동갑이고, 오랜 친구이지요. 아주 편한 사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호칭은? ‘자기’ 였습니다. 김윤옥 여사의 ‘우리 시장님’ 만큼이나 송현옥 여사의 ‘자기’도 상당히 낯설었습니다.
그때부터 남편이 대통령이면 아내는 남편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고민에 빠졌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름을 부른다지만, 우리나라 정서로는 ‘자기’라는 호칭도 받아들여지지 않잖아요. (빌 클린턴이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스캔들이 났을 때 힐러리 클린턴이 한 TV 토크쇼에 나와 남편을 ‘빌’이라고 부르며 옹호했습니다.) 그렇다고 ‘대통령님’ ‘각하’라고 칭하는 것도 듣기 편하지 않습니다. 남편의 일이 대통령이지, 가정에서도 대통령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불러야 할까?’ 그 해답을 얼마 전에 저는 찾았습니다.
“제 남편은 일생을 통하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나는 고통을 겪었고, 권력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으나 한 번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화해와 용서의 정신이 남편이 남긴 유지입니다.”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나 보내는 국장을 치르고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당부한 말입니다. 발언 내용도 감동적이지만, ‘제 남편’이라는 이희호 여사의 호칭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사형수로, 국회의원으로, 대통령으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김대중’의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이희호 여사에게 ‘김대중’은 언제나 ‘내 남편’이었음을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남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아내’라는 사실도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그가 설령 먼저 떠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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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beatlx's me2DAY 2009/10/12 21:36 삭제
Subject: 비틀액쓰의
김윤옥 여사는 대통령 남편을 이렇게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