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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처분이 절차상 문제가 있어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해임처분을 취소한다’는 재판부의 주문만 읽었다면 저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A4 용지 30페이지를 가득 채운 판결문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절차상 명백한 위법이 너무 많아서 취소나 무효 판결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지만, 피고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재판부의 ‘친절한 배려’가 곳곳에서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의 방송법 결정만큼이나 ‘비겁한 판결’이라고 저는 결론 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정형식)는 정연주 전 사장 측이 주장한 해임처분의 위법성 네 가지 가운데 단 한가지만 인정했습니다.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권한, 정연주 전 사장의 경영부실, 신태섭 이사의 해임 및 강성철 이사의 임명 등은 모두 인정했습니다. 다만 해임처분을 내릴 때 행정절차법이 규정한 사전통지나 당사자 의견청취, 해임이유 제시 등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사전통지 등 철자만 잘 지켰으면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은 ‘정당했다’는 것입니다. 법원이 대통령에게 맘에 들지 않는 KBS 사장을 해임할 합법적인 길을 친절히 안내한 것이지요.  


판결문 내용을 먼저 정리합니다.


   ● 쟁점1:  해임할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는가

 
   원고(정연주) 주장: 현행 방송법(제50조 제2항)은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피고(대통령)가 임명한다.’고 규정할 뿐 사장에 대한 해임(면직)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피고에게는 원고를 해임할 권한이 없고, 따라서 당연무효다.

 법원 판단: 현행 방송법에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권에 대해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해임 권한이 없다고 볼 수 없다.
 
 1. 행정처분을 한 기관은 사정 변경이 생기면 이를 취소할 수 있는 대법원 판례(선고 95누 1194)에 비춰서 임명권한 자체에는 당연히 해임권한이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2. 해임에 대한 별도의 법률 규정이 없더라도 해임 건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보는 게 일반적이다. ‘임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임명권자의 해임(면직) 권한을 배제하기 위한 입법 형식이라고는 볼 수 없다.
 3. 대통령의 해임권을 제한하려고 했다면 방송법에 면직 제한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어 명확히 했을 것이다. 일단 임명만 되면 어떠한 잘못을 하더라도 사직할 수 있을 뿐 해임시킬 수 없다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지나치다.
 4. 2000년 1월 12일 방송법을 개정하면서 ‘임면’을 ‘임명’으로 바꾼 것은 대통령의 KBS 사장에 대한 해임권을 박탈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국회 어떤 자료에도 이러한 논의를 찾아볼 수 없다.
 5. 2007년 12월 14일 공공기관 임원의 임면 규정을 포함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KBS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원고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해임권을 제한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관련 법률이 통합·분리되는 과정이었을 뿐 입법자의 새삼스러운 결단이라고 볼 수 없다.
 
● 쟁점2: 보궐이사 임명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이 있었는가
 
 원고 주장: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신태섭 이사가 학교 허락 없이 KBS 이사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동의대에서 징계 해임됐다며 이사직을 박탈하고, 대신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보궐이사로 임명했다. 그러나 동의대 징계는 위법이라 무효이고, 따라서 강성철 교수를 이사로 임명한 것도 무효다.
 
 법원 판단: 방통위는 이사에게 결격사유가 발생했을 때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필요 없이 스스로 판단해 보궐이사를 추천 의결할 수 있다. 또 신태섭 이사에 대한 동의대 징계해임이 무효라 하더라도 방통위로서는 학교법인이 행한 징계해임이 정당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방통위가 강성철 교수를 추천 결의한 것을 당연무효라고 할 수 없고 대통령의 이사 임명도 마찬가지다.
 
 ● 쟁점3: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는가
 
 원고 주장: 행정절차법이 명시한 사전 통지나 청문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정부인사발령통지’에는 해임처분의 법적 근거나 처분 이유도 적혀있지 않다.
 
 법원 판단: 해임 절차나 처분에 하자가 있지만, 당연무효라고 할 만큼 중대하고 명백하지 않고 취소사유에 해당한다.

 1. 행정절차법은 불이익 처분을 내릴 때 의견제출 기회를 주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에게 해임을 사전에 통지하거나 의견제출 기회, 소명기회 등을 주지 않았다.
 2. 행정청은 처분을 내릴 때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인사발령통지에 해임처분의 법적 근거와 구체적인 해임사유가 없다.
 
     ● 쟁점4: 해임할만한 이유가 있었는가
 
    원고 주장: 감사원이 해임을 요구하면서 제시한 문책사유는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KBS의 실정을 잘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부당한 지적이다. 사장직에서 해임될 만큼 ‘현저한 비위’를 저지른 적이 없다. 해임 처분할 이유가 없거나 피고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법원 판단: 피고의 해임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 볼 소지는 있지만, 그것이 중대·명백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원고가 경영판단을 잘못해서 KBS의 적자가 만성화됐다,  ▲ 감사원의 해임제청 요청과 이사회의 해임제청에 피고가 따른 것이다,  ▲ 방송법이 해임에 관해 규정하지 않아 해임사유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1. 방송법이 사장에 대한 해임사유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서 근거법률이 무엇인지가 문제다. 감사원법 제9항(임원이나 직원의 비위가 뚜렷하다고 인정하면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과 방송법(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다), 공공기관운영법(직무를 게을리하여 기관장으로서 직무수행에 현저히 지장을 주었다)가 근거법률이 될 수 있다.
 
 2. 해임사유로 인정된 것: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누적적자가 800억원으로 적자경영 구조가 만성화됐다.
 가)예산편성안을 심의하면서 광고팀이 편성한 수입예산액보다 2298억원 늘려 3조 4562억원으로 편성했다.
 나) KBS의 인건비 비중은 36.2%로 다른 지상파 방송의 1.4배 내지 2.2배 정도 높다. 인건비 기준인상률인 7%보다 훨씬 높은 15.29%의 임금 인상이 있었다.
 다)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퇴직금누진제를 2008년까지 유지했다.
 라) 2004년 8월9일 팀제 도입으로 2급 이상 비율이 40.6%에서 48.2%로 늘었다.
 마) 2004년 11월 여수방송국 등 7개 지역방송국이 폐쇄됐는데도 근무자 194명 중 176명을 인근 지역국에 재배치했다. 송·중계소 무인화로 499명의 기술인력이 철수했는데도 정원감축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바) 2000년 11월 1247억원을 들여 수원센터를 완공하고도 운영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상당기간 수원센터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3. 해임사유로 인정되지 않은 것
 가) 원고가 2004년 63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2005년 4분의1분까지 광고수입 실적이 목표액에 153억여원 미달하자 경영책임을 회피하려고 2005년 말 한국방송공사 측에 불리한 법원의 조정안을 서둘러 받아들여 소송을 종결했다. 이 때문에 KBS에 법인세 514억원을 환급할 기회를 잃게 했다고 피고는 주장한다. 그러나 법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여 소송을 종결했다고 KBS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은 해임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

 a. 소송의 장기화, 분쟁의 계속·반복으로 공사의 부담을 감쇄하려고 했을 뿐이지 경영부실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조합의 경영진 퇴진 압박에서 벗어나려고 했다고 보기 어렵다.
 b. 1년 이상의 내부 검토와 외부 법률전문기관의 자문 의뢰 등을 통해 조정안을 마련했고 KBS는 재정적 어려움을 피하는 등 재무사태가 나아졌다.
 c. 원고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d. 노동조합이 원고의 퇴진을 반드시 관철시키려고 하였다고까지 볼 수 없다.
 
 나) 피고는 근무성적 점수 등이 낮은 사람을 승진했다고 문제 삼지만, 방송사업 특성상 대인관계, 평판, 리더십, 전문성 등 종합적 고려가 인사에 이뤄질 수 있어 재량권 한계를 벗어난 인사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 별관 및 연구동 부지 개발 사업은 원고가 관련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방법을 모색했을 뿐이지, 법령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던 것으로까지 보이지 않아 해임사유로 볼 수 없다.
 
 법원 결론: 원고에 대한 피고의 해임처분은 행정절차법상의 사전통지, 의견청취 및 이유 제시의무 위반 등의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므로 KBS 사장직 해임처분을 취소해야 한다. 



  쟁점1에서 확실한 팩트(fact·사실)는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방송법이 규정하지 않고 있고, 그에 따라 사장을 해임할 수 있는 이유나 상황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방송법에 규정이 없다고 해서 대통령에게 해임권한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그러면서 입법권자가 ‘임면’에서 ‘임명’으로 방송법을 개정해 대통령의 해임권을 박탈하려고 했다면 국회에 관련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기록이 없으니 해임권을 없앤 것이 아니라고 덧붙입니다.

     논리가 앞뒤가 맞지 않지요?   ‘(방송법에 해임 규정이) 없다고 해서 (해임권이) 없는 게 아니지만, (국회 기록이) 없어서 (해임권 박탈은) 없는 거다.’

 신태섭 이사의 해임과 강성철 이사 임명이 위법하지 않다며 내세운 근거도 당황스럽습니다. KBS 이사회 이사에게 결격사유가 발생했을 때 방통위는 그 사유가 정당한지 판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을 기다릴 필요 없이 보궐이사를 추천 의결할 수는 있다고 합니다. 방통위가 결격사유라고만 의결하면 그 사유가 위법하더라도 이사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방통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지요.  

    재판부는 또 절차에 문제가 있어서 해임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쟁점3에서 밝혀놓고도 대통령이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할 이유가 있었는지를 쟁점4에서 추가로 판단합니다. 행정처분의 경우 절차상 문제가 발견되면 그 내용은 따지지 않고 취소나 무효로 판결하는 데 참으로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내용도 참으로 ‘친절’하죠. 정 전 사장이 경영판단을 잘못해서 KBS의 누적적자가 만성화됐기에 대통령이 해임할 수도 있었다고 판단했으니 말입니다. ▲ 광고예산을 높게 편성하다, ▲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았다, ▲ 임금을 15%나 올렸다, ▲ 수원센터를 제대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걸 구체적인 근거로 제시합니다.  

    상식적으로, 이것이 방송사 사장을 해임할만한 이유라고 보이나요? 이런 기준이라면 해임되지 않을 공기업 사장이 있을까 싶습니다. KBS의 적자는 한두 해 문제가 아닙니다. 정연주 전 사장이 흑자를 만성화시켰다고 볼 수 있을지 그래서 의심스럽습니다. 솔직히 흑자를 냈던 적이 있기나 한지 궁금합니다.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처분을 취소하라는 재판부의 주문에는 수긍하지만, 그 구체적인 판결 내용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연주 전 사장 측도 판결문을 검토하고 나서는 항소하리라 믿습니다. 기대하던 결론이 나왔다고 해서 비상식적인 과정을 묵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험한 길이라 많이 지쳤겠지만, 정연주 전 사장이 힘을 좀더 냈으면 하는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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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행정법원이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처분에 대해 12일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해임처분 절차상 하자가 있고, 재량권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정 전 사장은 지난 8월 배임 혐의에 대한 1심 형사재판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해임 처분을 무효로 할 정도의 명백한 위법성이 없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권이 없다는 정 전 사장의 주장 또한 배척되어, 비록 해임에 대한 무효청구는 받아들여...

  2. 하민혁의 생각

    FROM haawoo's me2DAY 2009/11/28 17:38  삭제

    RT ejung00님: 관심있는 분들 많이 읽어주세요. '정연주 전 KBS 사장 판결이 비겁한 이유' http://bit.ly/46t19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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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k 2009/11/18 14: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겹다 지겨워.....병 주고 약주고 그리고 다시 병주고...ㅇㅣ 망할넘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