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날씨로 눈 내린 거리가 빙판으로 변한 7일, 종종걸음으로 Schuman 지하철역(메트로역)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5시가 갓 넘은 시각, 수줍은 많은 벨기에 브뤼셀의 태양은 어느새 귀갓길에 나섰습니다.
브뤼셀의 지하철역은 제 방만큼이나 지저분합니다. 바닥이며, 벽이며,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며 검정 때가 덕지덕지 묻어 있어 어디다 손을 놓아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동전이 든 플라스틱 컵을 흔들며 “고맙습니다, 사모님”을 외치는 덩치 좋은 아저씨들도 있어서 늦은 시간에는 살짝 무섭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빨리 지하철로 빨려들어가는 게 상책입니다.
퇴근시간이라 지하철에는 사람이 가득했습니다. 남은 자리가 없어 기차처럼 8명이 마주앉는 자리 중간에 섰습니다. 목적지 역을 놓치지 않으려고 창밖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데 허리 아래쪽에서 눈길이 느껴집니다. ‘이건 뭐지?’
내려다보니 ‘천사들의 합창’에서 툭 튀어나온 것 같은 귀여운 여자 어린이가 신기한 듯 절 봅니다. 벨기에에는 동양인이 많지 않습니다. 브뤼셀 인구 110만 명 가운데 한인이 800명 정도라니 한국인을 지하철에서 만나는 일은 정말 드물지요. 엄마가 차도르를 쓴 걸 보니 이슬람계 어린이인가 봅니다.
너무나 해맑은 웃음을 선사해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습니다. ‘브뤼셀에서 저렇게 환하게 날 반겨주던 사람이 있었던가.’ 제가 “Hello”라고 인사말을 건네자 그녀는 “Bonjour”라고 화답합니다. ‘언어의 장벽’ 탓에 대화를 이어가긴 어렵겠군요. 그래도 서로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방법이 없을까요? “나랑 악수할래요?”라고 물으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제 손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차갑지만 보드라운 손이 다가왔습니다. 순간 심장에서 뭔가 툭 떨어지는 느낌이 들더니 뱃속까지 번졌습니다.
역을 몇 개 더 지날 때까지 ‘미소 놀이’는 계속됐습니다. 그러더니 그녀가 작은 엉덩이를 의자 옆 끝 쪽으로 옮기더니 빈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며 불어를 합니다. 제가 언뜻 이해하지 못해 엄마를 쳐다보니 “함께 앉자고 하네요.”라고 통역해주더군요. 얼마나 다정한 배려인가요. 제가 웃으며 “고맙지만, 다음 역에 내린다.”라고 답했습니다. 영어를 알지 못하는 어린이는 그 자리가 좁다고 제가 불평하는 줄 알았나 봅니다.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 무릎으로 향했습니다. 자리를 제게 양보한 것이지요.
친절한 어린이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작은 열쇠고리라도 하나 갖고 다녔으면 좋았을 텐데…. 대신 그녀의 사진을 아이폰에 담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수줍은 듯, 그러나 즐겁게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속삭였지요. “너의 작은 친절을 오랫동안 기억할게.”
벨기에 어린이의 작은 친절이 얼어붙고 웅크렸던 제 마음을 살포시 녹여줬습니다. 세상에 갚아야 할 빚이 또 하나 늘어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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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봤어요.늦었지만 새해 인사 드릴게요.고생이 많겠어요.아자.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잘봤습니다. 저도 웬지 그때의 감정을 느낄수 있는것 같아 , 따뜻해지네요.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Iphone 유저가 트위터 보다 들어왔습니다 ~ ㅎ
아이폰으로 제 블로그를 읽으셨다니 신기한데요.^^
아고 귀여워라... 말이 필요 없네요.
천사들의 합창... 학생시절에 재미있게 봤었죠.
지금 딸딸이 아빠인데... 또딸이 아빠에 도전해 볼까요?ㅎㅎㅎ
든든한 자산을 갖고 계시는군요.
부럽습니다.
유럽까지 네가 가고 보니 이웃처럼 느껴진다.
다시 만날 때 활짝 웃는 모습을 그리며
이분, 제 시아버님이십니다.^^
예전에 말씀하셨던 유럽 취재 중이시군요.
일상 속에서의 작은 친절을 기록하는 것이 역시 베스트 블로거이십니다. ^^
항상 명랑이 함께 하시기를...
추신. 댓글까지 남겨주시는 시아버님 역시 베스트 블로거 시아버님답습니다. ^^
제 시어머님이 네이버에 '오아시스'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십니다. 그분이 정말 베스트 블로거죠.^^
이런 저런 뉴스를 보다가 기자님 이름이 제 이름과 똑같아서 링크 타고 들어왔는데, 참 가슴 훈훈한 포스트가 올라와 있네요. ^^ 반갑고, 기분 좋습니다. (저도 3년 안에 유럽 가는게 꿈이에요. ㅎㅎ)
그 꿈은 반드시 이뤄질거예요..^^
정은주 기자님 브뤼셀에서도 즐겁고 유쾌하게 잘 지내고 계시니 반갑습니다. 앞으로 종종 들르겠습니다.
제가 댓글을 쓰는 중에 들어오셨네요.^^
지난 13일 머나먼 한국에서는 블로그 가자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더랍니다.
관련기사 제목을 보고는 '법조기자 블로그'가 당연히 포함되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 하지만 없더군요. 대단히 안타까웠습니다.
아마 멀리 계신 탓이겠지요. ^^
비록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법조기자 블로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자 블로그입니다.
아자! 아자!
어쩌다 이런 몹쓸 착각(?)을..^^
게으름을 털어내라는 마음으로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