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헤이그, 독일 뮌헨, 오스트리아 비엔나, 이탈리아 로마를 거치는 1차 취재여행을 마쳤습니다. 핵심 주제는 ‘’국제법률기구 탐방’이고, 부속 주제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사법제도 탐방’입니다. 일정이 빡빡해 힘겨웠지만, 그만큼 재밌고 인상적인 여정이었습니다.
국제법률기구로는 ▲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 ▲ 구유고국제형사재판소(ICTY), ▲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 사법통일국제연구소(UNIDROIT) 등을, 유럽 사법기관으로는 ▲ 독일 바이에른 주 법무부, ▲ 오스트리아 대법원, 항소법원 등을 다녀왔습니다.
자세한 취재내용이야 서울신문 기사로 전하겠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제법률기구에서 일하는 ‘젊은 한국인 법률가’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세계로 뛰어든 젊은 법률가가, 정말 놀랍도록 많더군요. 발 빠른 그들은, 발 빠른 인터넷을 통해 ‘자기 힘으로’ 국제기구에서 인턴도 하고, 정식 직원으로도 채용돼 있었습니다.
어떻게 국제법률기구에서 일하는 행운을 얻었는지 그 노하우를 저는 알짜배기로 취재했습니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도전의식을 갖고 열린 공간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가는 것이지요. 물론 그 이전에 ‘나만의 무기’를 장착해야 하지만요.^^
나만의 무기는 남들이 가지 않는 ‘좁은 길’이었습니다. 국제법률기구에서 일하고 싶은 법률가들은 흔히 국제법에 온 마음을 쏟습니다. 국제법에 정통해야 국제법률기구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또한 영어공부에 열을 올립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국제법률기구에서 일하게 된 그들은 그런 예측가능한 길을 걷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남들이 열을 올리는데 살짝 빗겨났고, 그 때문에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영어보다는 프랑스어에, 국제법보다는 컴퓨터에 더 정통했다고나 할까요.
국제법률기구에서 일하면서 국제법을 모른다면 그건 말이 안 되지요. 기본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나만의 전문성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국제법을 아무리 잘 알아도 만찬가지입니다. 국제법에 도 통한 사람은, 국제법률기구에 차고도 넘칩니다. 젊은 그대가, 국제기구에서 수십년간 녹을 먹은 베테랑보다 더 국제법을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에서 일하는 이아름씨는 외대에서 학사, 석사로 법학을 공부했고,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습니다. 유엔 입사시험에 합격한 그는 UNCITRAL에서 국제 전자상거래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미국에서 다녀서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장점이 있지만, UNCITRAL가 그를 선택한 이유는 영어 때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미국인, 영국인을 선택했어야지요. 국제법, 법률을 알면서도 컴퓨터를 알고 있는 사람, 그래서 전자상거래를 법과 접목할 수 있는 인재를 국제법률기구는 찾았고, 이씨가 그 적임자였던 것입니다. 게다가 인터넷 강국인 한국인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그 흔치 않은 이씨의 경력이 유엔을 매료시켰던 것입니다.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에서 한국인 최초의 인턴을 하고 있는 이선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연세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하고 2009년 HCCH가 후원하는 세계적인 법률프로그램인 헤이그 아카데미 사법(private law) 분야를 인터넷을 통해 지원했습니다. 꼼꼼한 준비 덕에 그녀는 전액 장학금에 생활비까지 받고 헤이그의 여름을 즐겼습니다. 단 한 번도 외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토종 한국인’이지만,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까지 구사해 HCCH 관계자를 사로잡았습니다. 결국 사법회의는 이씨에게 인턴을 제안했고, 그녀도 원광대 로스쿨 학생이지만 흔쾌히 응했습니다.
헤이그국제사법회의의 최초의 한국인 인턴인 이선(왼쪽)씨와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 직원으로 발탁된 이아람(오른쪽)씨. |
이번 취재로 깨달은 것은, 젊은 한국인 법률가가 국제법률기구에 문을 두드리는 것만큼이나 국제법률기구도 한국인 법률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유럽 국가 간 법률 통합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법률기구가, 유럽연합(EU)의 탄생으로 그 생존의 이유를 잃어가자 자신의 목표를 세계 법률의 조화와 통합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법률,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의 법률을 조율하고 통합하려고 그들은 이제 막, 용트림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인 법률가가 좋은 코디네이터로 그 도전에 함께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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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유능한 인재들이 눈을 세계로 돌리지 못하고,
좁은 국내의 몇몇 자리를 놓고 아웅다웅하는 것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유학을 하고 돌아와 자리를 잡은 선생이나 선배들이 자신이 걸었던 길보다
보다 빠르고 편한 길을 개척해 열어 주거나, 눈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한국에서의 지위와 평판에 안주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오늘 소개해 준 분들과 같은 세대가 성장하면 달라지겠지요.
저도 이제 바다로 나아가는 입장에서 넓은 안목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앞 세대를 나무라면서 그 자리만이 탐나서 추종하는 이들에게 너무 실망해서요.
계속 좋은 정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요...
'행복한 길'을 찾아가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 듯합니다.
독일에서 유럽학 석사 마치고 저도 한때 국제기구에 지원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죠. 하지만 나이가 좀 많다는 것(당시 31세) 남자라는 것(국제기구의 경우 여자들을 우선 뽑는 경향이 있죠) 마지막으로 프랑스어를 못한다는 것이 걸리더군요. 독어를 조금 했지만 역시 국제기구에 들어가려면 여전히 영어와 프랑스어는 '기본'이더라고요. 남의 나라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분들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네요.
참, 부러운 청춘을.. 이곳에서 많이 만났는데요.. 그 기사가 월요일자(8일)로 나갑니다. 덕분에 전 마무리 취재에 기사쓰기에 머리가 깨질 듯해요.^^
언니~안녕하세요? 서진맘이에요.
떠나기 전날 차분한 언니의 모습을 봐서, 역시 해외경험 많으셔서 그러시는가 했었는데,
첫 글에서의 공항 짐 사건은 이미 지난 일인데도 저까지 긴장하게 만드네요,^^;
엄니가 힌트까지 주셨는데, 하필 전화받았을 때가 또 다른 바보상자인 컴퓨터 앞이라 금새 깜빡했어요;;
늦게나마 생일 축하드리고, 오시면 언니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이쁘고 맛있는 케익 사드릴께요~ 앗 유럽이라 케익 질리시면 떡으로?
파트너 이야기에 괜히 가슴이 시리네요, 저희가 잘 감시할랬는데 약속이 무지 많으신가 봅니다,,ㅋㅋ
제 파트너도 요즘 밤마다 약속이 많으신데, 혹시 두 분이서 같은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시며 다니시는건지 ㅡ.ㅡ;;;
몸살 꼭 조심하시고요~
2달 후에 건강히 뵈요~
누군가했더니..^^ 한번도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동서가 서진맘이구나..
이곳 이야기를 더 많이 써야하는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