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기사내용과 상관없음)
판결 기사를 쓸 때 신문지면의 한계로 그 내용과 분석을 다 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7일 보도된 ‘학원 수강료 제한 못한다’ 판결도 그랬습니다. A4용지 13장짜리 판결문의 핵심 내용은 6~8 페이지에 있습니다. 재판부(행정법원 행정12부)가 마음 먹고 쓴 ‘역작’으로 보입니다.
판결문을 간단히 해석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사교육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떠안는 경제적 부담이 크더라도 학원의 사유재산권과 영업활동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2.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헌법 제31조)라 말할 때 능력에는 자녀의 학습력뿐만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도 포함한다.
수요·공급의 원칙이라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학원과 수강생(부모)이 학원비를 알아서 정하도록 방관하는 것이 최선의 교육 정책이라고 판결문은 말합니다. 특히 강사 수준, 교습 내용 및 시간, 학생 만족도 등 개별요소를 계량화해 수강료를 산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그냥 놔두라고 합니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부모가 자녀 교육을 위해 고가의 학원비를 지불하겠다는 데 교육 당국이 왜 간섭하느냐고 꾸짖습니다.
재판부의 논리대로라면 학원비 뿐아니라 교습 시간 제한 등 교육 당국이 학원을 규제할 명분이 사라집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는 지났다지만, 빈부의 격차가 교육의 격차, 미래의 격차로 확대·재생산되는 것이 자율과 경쟁의 원칙이니 당연하다, 그러니 내버려두라는 판결문을 읽으며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적자인생’인 저같은 서민은, 아이를 낳아 잘 교육시키는 꿈을 버려야 할까요? 항소심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려보고 결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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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개요
서울 강남교육청은 2007년 강남지역 246개 학원에 대해 수강료 인상 폭을 물가 상승률(4.9%)로 제한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L영어학원은 기준액보다 두 배 많은 수강료(초등학생 주 4시간 월 35만원, 중학생은 주 4시간20분 38만원)를 받았고 강남교육청은 14일간 영업정치 처분을 내렸다. L학원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장상균)는 교육 당국이 학원 수강료를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판결문 핵심 내용
(2)실체적 하자의 존재
헌법 제31조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제1항),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제5항). 아울러 학원설립·운영자 및 교습자는 헌법상 사유재산권 및 영업활동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는 점에 대하여 의문의 여지가 없다. (중략)
사교육은 특히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교육이 자율과 경쟁의 원칙을 소홀히 한 채 낡은 평준화 정책의 틀 속에서 만족도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교육소비자인 일반 국민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공교육에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교육 시장에 대하여 합리적인 기준도 없이 획일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명령을 내리고 나아가 이에 터잡아 영업정지처분까지 하여 그 영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위와 같은 헌법과 법률의 기본 원리에 배치되는 것이어서, 사교육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사정만으로는 쉽게 정당성을 부여받기 어렵다.
수강료 등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고, 예를 들자면 학원 등 교습시설의 종류, 규모 및 시설수준, 교습내용과 그 수준, 교습시간, 학습자의 수, 임대료, 강사료 기타 학원 등 교습시설의 운영비용, 교육소비자의 만족도 등의 요소가 수강료 등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게 될 터인데, 학원설립·운영자 또는 교습자나 교육수요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선에서 개별 요소를 계량화하여 합리성을 갖춘 산출방식을 도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인 만큼 수강료 등은 원칙적으로 교육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 작동하는 수요·공급의 원칙이라는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결정되도록 함이 옳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학원법 제15조 제4항이 교육행정권자에게 과다수강료 등에 대한 조정명령권을 부여하였다 할지라도, 위와 같은 제반 요소를 구체적이고도 개별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 볼 때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학원설립·운영자 또는 교습자가 정한 수강료 등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는 폭리적인 수준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위 수강료 등이 ‘과다하다’고 보아 쉽게 조정명령권을 발동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만약 이와 달리 학원설립·운영자 또는 교습자가 정한 수강료 등에 대하여 교육행정권자가 임의로 ‘과다하다’고 본 다음 그에 갈음할 적정수강료 등의 수액을 정하여 조정명령 등의 제재처분을 하게 된다면, 그 처분은 위와 같은 헌법과 법률의 기본 원리에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강료 등이 그와 같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학원법이 허용되는 다른 간접적인 장치, 즉 수강료 등의 게시 및 표시제(제15조 제2항), 허위표시·게재 및 초과징수에 대한 제재(제15조 제3항) 등을 통하여 고액수강료를 규제하는 것에 그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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