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본의회장 모습
‘사생활 정보를 보호받고 싶으십니까? 권력 있는 자, 힘 있는 자, 돈 있는 자가 되십시오.’
사생활 보호가 권력자의 만병통치약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든, 검찰이든 법률을 먼저 위반해 놓고는 국민이 항의하면 ‘사생활 보호’를 내세우며 ‘증거’를 감추고 있습니다. 그들이 언제부터 국민의 사생활을, 개인 정보를 그토록 소중하게 다루었다고…. 비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국회법을 여러 차례 위반한 것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그 가운데 대리투표 의혹은 국회 본청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야 명백히 드러납니다. 국회 본회의장에 없었던 국회의원이 미디어법 투표 때 재석이나 찬성표를 던졌다면 대리투표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전자투표 기록을 분석한 결과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자리에서 재석과 찬성을 두 차례 이상 반복적으로 누른 건만 17건이라고 합니다. 국회의원 자신이 자리에 앉아 눌렀다면 ‘재석→찬성→취소→재석→찬성→취소→재석→찬성→취소…’를 반복해 누를 이유가 없으니 대리투표 증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공세는 그만큼 거세졌습니다.
한나라당 처지에서는 대리투표가 없었음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CCTV를 공개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는 ‘국회의원의 개인 신상 비밀보호’를 내세우며 거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대표 직무인 법률을 제정하는 공적 활동을 했고 ▲그 과정에 법률 위반이 있어 다른 국회의원이 확인하려고 한다는데 그것을 ‘사생활’이라고 주장하니…. 그 막무가내식 비논리에 할 말을 잃습니다. 힘만 있으면 공적 활동도 ‘사생활’이 되고, 견제나 비판 없이 무조건 보호받을 수 있는 겁니까?
검찰도 얼마 전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자료를 내놓지 않으며 같은 논리를 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의결로 요구한 자료 921건 가운데 171건을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거부한 자료에는 천 후보자가 자녀 전학을 위해 위장 전입한 것,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스폰서’ 박모씨가 일본으로 출국한 것, 천 후보자와 그 부인의 출입국 신고물품 현황 및 면세품 구매 내용 등이 포함됐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발품’ 정보가 없었다면 천 후보자는 오로지 ‘검찰의 사생활 보호’ 덕에 검찰총장 자리를 꿰찼을 것입니다.
‘용산참사’의 수사기록 2,500쪽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검찰은 주장합니다.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의 진술서와 정보상황 보고 등 경찰의 내부 자료, 경찰 무선교신 자료, 통신사실 조회자료 등이 모두 개인 정보라고 주장합니다. 법원은 개인 정보로 볼 수 없다며 이 증거들을 공개하라고 명령했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거부했습니다. 변호인은 특수공무집행방해 치상죄가 적용된 피고인이 무죄라는 걸 입증할 수 있을 결정적인 자료라고 주장하지만, ‘대답없는 메아리’가 되고 있습니다. 용산참사 사건이나 피고인들과 아무런 관계 없는 ‘개인 정보’라면 검찰이 애초부터 조사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정말 아무런 관계 없는 사람들을 불러 수사했다면 그것을 오히려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라 보고 형사처벌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날치기 통과 때 불법행위(대리투표)를 밝히는 것보다, 공직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것보다, 법원의 명령에 따르는 것보다,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보다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다고 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은 일반 국민의 사생활 정보도 이처럼 소중하게 다룰까요? 아닙니다. 필요하면 언제라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죄로 기소하면서 작가 김은희 씨의 개인 이메일을 언론에 공개한 것입니다. 올 상반기 검찰 등이 네이버 메일과 다음 한메일에서 압수수색한 메일계정 건수가 3306건(박영선 민주당 의원)이라고 하니, 최소한 네티즌 3306명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이 언제라도 필요하면 공개할 수 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최근에는 흉악 범죄자의 얼굴과 나이 등 개인신상 정보도 필요하면 공개하겠다고 법무부가 밝혔고 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다시 한번 알려 드립니다. 사생활 정보를 보호받고 싶으십니까? 권력 있는 자, 힘 있는 자, 돈 있는 자가 되십시오. 슬프지만 2009년 7월30일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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