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가 29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로 첫 출근하며 감회가 새로운 듯 건물을 올려다 보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가 30일 법조기자 20여 명과 처음 만나 정식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김 후보자와 마주하기는 저도 처음입니다. 그가 서울지검 형사부장을 끝으로 서울 서초동(서울중앙지검, 서울고검, 대검찰청)과 10년간 인연을 맺은 적이 없어서입니다. 블로그청문회 1회는 한 남자에 대한 한 여자의 첫인상을 정리합니다.
1. 말이 많다.
만남은 오전 11시에 시작됐습니다. 서로 악수를 하며 사진촬영시간을 잠시 갖고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첫만남이라 어색할 만도 한데 후보자는 적극적으로 대화를 이끌었고, 간담회는 12시가 훌쩍 넘어 끝났습니다. 예상했던 30분을 2배 이상 초과한 것입니다. 제가 만난 검찰총장, 검찰총장 후보자 가운데 제일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특히 기자들이 질문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후보자 스스로 주제를 바꿔가며 말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승마·요트 등 ‘호와 취미’ 논란을 시작으로 미스코리아와 어울린다는 소문의 진실, 검찰 ‘업그레이드’ 계획과 새로운 인사기준 등을 잇달아 밝혔습니다. “검찰총장은 말을 많이 하는 자리가 아니다. 인사검증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 숨김없이 밝히겠다.”라고 말을 맺었습니다.
2. 감성이 풍부하다.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가 도덕성 논란으로 낙마하자 청와대는 사전검증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후보자가 문성우·김준규·신상규 등 동기 3명으로 좁혀지면서 검증 강도는 높아갔습니다. 김 후보자는 “나를 둘러싼 각종 나쁜 소문, 모함이 돌아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다 내 동료이고, 후배들인데…. 발표 당일 아침 아내가 울면서 ‘그거 해서 뭐하냐. 차라리 그만두자.’고 하더라.” 그 순간 그는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였습니다.
대화를 하다가 남자가 눈물을 비추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법정에 선 피고인이 최후진술을 하며 울먹이기도 하지만, 그거야 삶의 갈림길에 선 ‘특별한 상황’이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성이 풍부하지 않고는 평상시에는 쉽지 않지요. 그것도 공식석상에서 말입니다.
29일 후보자로 처음 출근할 때도 그렇습니다. 감회가 새롭다며 차를 타지 않고 검찰청 정문에서 청사 입구까지,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청사 1층 로비에서 13층 집무실까지 걸어 올라갔습니다. “건물이 무지 크더라. 국민으로서는 센 권력기관으로 보이겠구나 싶더라.”고 느낀점을 말하고는 “권위주의를 탈피해 세련되고 멋지고 믿음직스러운 검찰로 변모하겠다.”고 다짐을 밝혔습니다.
3. 나이에 비해 젊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동안입니다. 55년생(만 54세)이라고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를 나름 분석해보면 첫째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둘째 화법이 솔직하고 직설적입니다. 셋째 호기심이 많습니다. 김 후보자는 간담회 때 뜬금없다 싶을 정도로 자주, 크게 웃었습니다. 말하면서도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후보자로 내정된 기분 좋은 상황이기도 하지만, 사람 자체가 웃음이 많은 사람 같았습니다.
미스코리아와 어울린다는 소문을 해명하면서 김 후보자는 ‘혈압’이나 ‘손목’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이 얘기만 하면 열받는데 혈압을 재면 155까지 올라간다.”고, “손목도 한 번 안 잡아봤는데 무슨 스캔들이냐. 당선 후 미스코리아가 부모와 함께 검찰청사로 인사 왔기에 차 한 잔 대접한 게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출근길에는 “백옥처럼 깨끗한 사람은 아니지만”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 점잖게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 사람 같습니다.
50세가 넘어 승마·요트를 배운 것만 봐도 호기심이 보통 이상입니다. 승마는 대전지검장 때(2007년) 대전시장의 권유로 경속보까지 배웠답니다. 요트는 2008년 부산고검장 때 세일링(sailing) 요트 교육을 5주 받았다고 합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한강변도 달리고, 열기구도 타 본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워낙 호기심과 모험심이 많아 다양한 분야를 조금씩 배웠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4. 검찰 내 ‘비주류’이다.
제가 지금까지 만나본 검사와는 다른 ‘종족’입니다. 첫째 술을 못합니다.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답니다. 저녁 술자리는 폭탄주로 시작해 폭탄주로 끝나는 검찰에서 그가 살아남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둘째 골프를 안 칩니다. 젊은 시절에는 좋아했지만, 허리를 다쳤고 그 후 하지 않게 됐다고 합니다. 셋째 지연·학연을 따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서울 출신이라 그런지 지연이나 학연이 머릿속에 없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승진인사 때마다 ‘지역 안배’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거론되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지연·학연 모임이 넘쳐나는 검찰에서 보기드문 인물입니다.
이제 그를 한 번 만났을 뿐입니다. 그가 좋아질지, 싫어질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만약 맞선이라면 애프터를 신청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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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골민인터넷세상님 트래픽 고맙습니다.^^
평범한 시민에게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 그의 인간적인 특성들을 구경할 수 있었던지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따지고보면 그렇게 누구에게나 인간적인 면모가 있고, 그 또한 그 사람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인간이라는 점에서, 그 '인간’은 권력 앞에서 쉽사리 변질될 수 있는 너무나 약한 존재(,그 또한 인간적인 면모)인 것도 사실입니다.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공직자의 인간적인 측면을 구경하는 일은 무척 재미있지만, 그의 권력에 대한 가치관이나 공적업무에 대한 평가 또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자님께서 그것을 잘 감시하고 견제해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프로스트님의 말씀 마음에 깊이 새겨 감시와 견제에 소홀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기자님은 사람을 이미지로 판단하지 마세요.
그가 걸어온 길, 그가 했던 수사, 그가 했던 말로서
그가 갈 길, 그가 할 수사, 그가 할 말을
알수 있을 뿐이니깐요.
벌써,그가 걸어온 길에서 불법이 드러나내요.
검찰은 앞으로 자백(고백)한 수사에 대해 기소하지
않을 작정인지도 물어봐주세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첫인상은 이미지일 수밖에 없지요.
위장 전입 등 문제점을 지적한 글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비판과 견제의 시선을 거두지 말아야지요.
포스팅된지 한참 지났지만, 돈봉투 사건 때문에 타고 넘어와서 읽게 되었습니다. 흥미롭군요. 근데 "직무실"이 아니라 "집무실"로 고치셔야 겠습니다. 한 군데에서만 실수하셨으면 오타라고 생각했을 텐데, 두 군데라서요.
잊고 있는 글을 찾아주셨네요..
사실, 전 김준규 총장에게 뭔가 남아있기를 기대합니다.
제 첫 느낌이 틀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뭐 그런 아집일 수도 있고요.
오타는 고쳤습니다. 제가.. 글쓰기에 문제가 많은 사람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