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토끼님의 지적이 합당하고 생각해 제목을 수정했습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은 재판이 끝나고 판결이 나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습니다. 관심이 높은 사건인데도 기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자는 사건을 다루고 싶어하지만, 판결문에 접근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일간지 사회부 기자는 판결문에 접근하지만, 그 내용을 담을 신문지면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카더라’ 소문이 난무합니다. 그래서 저는 연예인 관련 사건의 소식이 법원이나 검찰에서 나오면 성의껏 정리해 블로그에 올리려고 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많은 사람과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은 ‘송일국 여기자 폭행사건’ 판결문을 정리하려 합니다. 프리랜서 기자 김순희(43)씨는 2008년 1월 17일 밤 9시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송일국(사진)씨 집 앞에서 송씨 팔꿈치에 얼굴을 맞아 전치 6개월의 상해를 입었다며 송씨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송씨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오히려 김씨가 무고죄로 기소됐습니다. 무고란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며 검찰에 고소·고발하는 일을 말합니다.
1심 재판부(박재영 판사)는 2008년 9월 25일 징역 1년을, 항소심(2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 재판장 조용준 부장판사)는 2009년 8월 19일 징역 8월형을 선고했고, 김씨는 이날 바로 구속돼 구치소에 갇혔습니다. 당시 언론은 김씨가 구속됐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항소심(2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근거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항소심(2심) 판결문을 읽어보니 결정적인 증거는 CCTV에서 나왔습니다. 김순희 기자가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재판부가 CCTV 원본을 자세히 검증하다가 우연히 정상적으로 재생할 때는 보이지 않던 화면을 역 재생하면서 발견했습니다. 바로 가방을 멘 남자(송일국)가 카드인식에 오른손을 뻗어 현관출입카드를 대고 있는데 그 주위 및 현관문 앞에는 다른 사람이 없는 화면입니다. 이 화면에서 남자의 전신, 그림자, 현관문 입구 바깥 바닥의 돌 부분까지 화면에 나타나지만 김씨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송씨가 현관출입카드를 댈 때 현관 앞에서 승강이를 벌였다는 김씨의 진술과 배치되는 것입니다.
다음 증거는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사진기자 2명의 진술이 점점 불분명해진 것입니다. 검찰에 진술서를 낼 때는 ‘김순희-송일국 간 몸싸움이 있었다.’라고 말했지만, 법정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재판부는 또 김씨의 과장 진술을 포착해 그녀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사건 소식을 듣고 연락해온 스포츠신문 기자에게 “송씨의 폭행행위로 이빨이 1개 부러지고, 이빨 3개가 나갔다. 입술이 터지고 얼굴이 부어서 만날 수가 없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과 달랐던 것입니다.
다음은 판결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1. 피고인과 피해자의 주장
김순희 기자: 송일국씨 결혼소식을 듣고 취재차 송씨 아파트에 갔다. 취재차량에는 조모·장모 기자가 있었다. 송씨가 온다는 소식에 뛰어갔고 현관 계단 근처에서 그를 만나 취재를 요청했다. 송씨는 뿌리치면서 전화기를 들고 있던 오른손의 팔꿈치로 내 얼굴을 때렸다. 현관으로 들어가려는 송씨를 붙잡자 몸으로 나를 밀쳤고 그 결과 전치 6개월의 상해를 입게 됐다.
배우 송일국: 옆 아파트 현관 앞에 차를 주차하고 처제 될 사람과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집 쪽 아파트로 걸어갔다. 그때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차량에서 내리는 것을 발견했고 인터뷰를 피하고자 (아파트) 현관 쪽으로 뛰어가 계단을 급하게 올라간 후 재빨리 현관문 앞에 있는 카드승인기에 출입카드를 대고 안으로 들어갔다. 뒤따라온 김씨가 현관문을 열려고 해서 문을 고정하려고 휴대전화를 땅바닥에 버린 채 두 손으로 현관문을 잡고 있었다. 현관문이 고정되자 휴대전화를 주워 계단을 통해 집으로 올라갔다. 김씨는 현관문이 거의 닫힐 때쯤에야 현관 앞에 도착했기에 신체적 접촉은 전혀 없었다.
쟁점 김씨가 송씨의 팔꿈치에 맞아 전치 6개월의 상처를 입었는지.
1) 증인 조모·장모 사진기자
핵심 증인은 김씨와 송씨를 2~3미터 떨어진 곳에서 지켜본 조 기자, 장 기자입니다. 두 기자가 당시 현관 앞에서 일어난 상황을 한결같이 진술하지 못하는 데다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고는 말하지만, 그것은 추측에 불과하고 그 구체적인 상황은 진술하지 못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서있는 위치와 각도 때문에 송일국씨와 김순희 기자가 실제보다 가깝게 느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또 김씨가 당시 넘어지거나 휘청거리나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하는 점에 비춰 송씨가 때리는 상황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재판부는 결론 냅니다.
가)조 기자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 김순희 기자가 송일국씨를 부르며 그를 잡고 밀치는 장면을 뒤따라가며 목격했다. 현관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김씨가 제지하자 송씨가 그녀를 밀어 제치고 현관 안쪽으로 들어갔다.
<검찰 수사 때 진술> 김씨가 계단에서 맞는 장면을 보지 못했음. 밀고 당기고 거부하는 등 과정이 있었지만, 일반적인 취재활동으로 생각했다.
<1심 재판부 증언> 김씨가 손을 뻗으면 송씨의 팔을 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음. 김씨가 송씨의 어느 부위가 닿았는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
<2심 재판부 증언> 김씨가 송씨에게 인터뷰 요청을 시도한 것은 기억하지만, 김씨와 송씨가 실제로 닿았는지 안 닿았는지는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신체접촉이 있었다고도 생각했고, 있었다면 취재 중 일어날 수 있는 그 정도의 것이다.
나)장 기자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 인터뷰를 하려는 과정에서 송일국씨가 김순희 기자를 밀치고 현관 안쪽으로 갔고, 현관문으로 들어가려는 김씨와 이를 막는 손씨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1심 재판부 증언> 현관계단 부근에서의 송씨와 김씨 사이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는 자세히 보지 못했다. 몸싸움이 있다고 생각해 이를 촬영하려고 취재차량으로 돌아가 카메라를 꺼내왔다. 그 후 목격한 것은 김씨가 현관문을 닫히지 않도록 잡고 있는 장면이었다. 김씨가 입술을 보여주었는데 그때 피를 보지 못했다.
<2심 재판부 증언> 일반 취재 현장과 다르다는 느낌이 있어 카메라로 촬영해야겠다 생각했다. 김씨가 송씨의 손을 붙잡았다가 놓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CCTV
김순희 기자는 CCTV 영상의 일부 프레임이 의도적으로 삭제되거나 변형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CCTV 원본 조작은 CCTV 관계업체의 전문기술자만이 특별한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김씨가 지적하는 오류는 다른 일자 또는 사건 당일의 다른 시간대에 녹화된 영상에도 나타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판부는 CCTV 원본을 검증하다가 결정적인 영상을 발견합니다. 정상적으로 재생할 때는 보이지 않던 화면이 역 재생할 때 나타난 것입니다.
가)새로운 화면
역 재생하면 가방을 멘 남자가 카드인식에 오른손을 뻗어 현관출입카드를 대고 다리를 넓게 벌리고 있는데 그 주위 및 현관문 앞에는 다른 사람이 없는 화면이 나타난다. 이는 ‘P 프레임’에만 저장됐던 내용이다. 이 화면은 송씨나 김씨가 전혀 주장하거나 제출했던 자료가 아니고, 우연히 원본 동영상을 검증하다 발견됐다.
이 화면에서 현관문 밖 입구에는 가방을 멘 남자 이외에 김씨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남자의 전신, 그림자, 입구 바깥 바닥의 돌 부분까지 화면에 나타나지만 김씨는 없다. 송씨가 현관출입카드를 인식기에 대는 순간에 김씨가 옆에 없었다는 것은 현관 앞에서 승강이를 벌였다는 김씨의 진술과 배치된다. 송씨가 안쪽으로 들어와 현관문을 겨우 닫은 다음에야 김씨가 접근했다고 강하게 추정된다.
송씨가 현관문을 닫은 순간에 비로소 김씨의 신발로 보이는 물체의 반 정도가 돌 바닥 끝 부분에 나타나고, 그 후 피고인이 현관문에 접근한 것처럼 보이나 이미 이때는 현관문이 완전히 닫혔다.
3) 상해진단서(1심·2심 재판부 판단 종합)
치아 진탕을 제외한 질환은 이미 김순희 기자가 갖고 있었고, 치아 진탕도 환자의 진술에 의존해 작성했기에 실제 상해를 입었는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가)검진한 차모 의사
-응급하게 처치할 것도 없었고, 붓거나 찢어진 부위도 없었다. 윗니가 전부 아프다고 말해 치아 진탕이라 진단했다. 진단하려고 기다리는데 김씨가 계속 전화통화를 하고 있어 싫은 소리를 했다.
나)2008.1.20 진단서 작성 명의 조모 의사
-김순희 기자에게 이미 턱관절 병증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 외상이 없어서 상해진단서였다면 전치 1주를 발급했을 것이다.
다)2008.1.21 진단서 작성 명의 황모 의사
-치아 진탕은 환장의 진술 외에 다른 근거가 없다. 치근흡수, 파절부위 치유양상, 치아동요 등은 기존의 병이라고 의심했다. 2007년 10월8일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은 때 엑스레이를 보니 당시의 외상 때문에 발생했다기보다는 과거 외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4) 사건 직후의 상황
재판부는 취재 도중 연예인에게 얼굴을 가격당하는 것이 기자에게 이례적인 데 김순희 기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굴이 아닌 다친 손을 먼저 언급했다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봤습니다. 상처부위가 붓거나 외상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사건 직후 김씨를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조 기자: 현관문 앞에서 손이 끼었다는 얘기를 김씨에게 들었다. 이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입도 아프다고 했다. 외상을 보지 못했다.
김씨와 통화한 김모씨: 손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먼저 들었고, 나중에 이가 아프다고 했다.
아파트 경비원 남모씨와 이웃 윤모씨: 얼굴이 붓거나 멍이 있는 등 흔적을 보지 못했다.
5) 진술의 신빙성
가)김순희 기자
진술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1. 팔꿈치로 가격당했다면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갑자기 물러서는 등 반응을 보였을 것인데 동료 기자들조차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한다.
2. 통상 팔이 잡히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빼는데 송일국씨가 초면인 기자를 공격하려고 일부러 밖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3. 송씨는 계속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몸싸움이 있었다면 전화를 끊었을 것이다.
4. 소문을 듣고 전화한 스포츠신문 탁모 기자에게 “송씨의 폭행행위로 이빨이 1개 부러지고, 이빨 3개가 나갔다. 입술이 터지고 얼굴이 부어서 만날 수가 없다.”고 당시 사실이나 진단 내용과 다르게 과장 진술했다.
나)배우 송일국
진실에 들어맞는 진술이라 판단된다.
1. 수사기관에서 1심, 2심까지 진술이 일관된다.
2. CCTV 영상 등에서 나타나는 송씨 행동과 일치한다.
3. 신체접촉이 있었다면 사과의 표시로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는데 연예인으로서 부담을 지면서까지 결백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6)결론
송일국씨의 폭행사실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김순희 기자가 허위의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한 것이 된다. 또 김씨는 공소장 기재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인다. 김씨가 송씨를 무고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김순희 기자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판결문을 정리하며 송일국씨가 참 많이 억울했겠구나 싶으면서도 가슴 한편이 싸했습니다. 저도 김순희 기자처럼 취재원의 집 앞에서 몇 시간씩, 때로는 새벽까지 기다려본 적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강금실 변호사(전 법무장관), 안대희 대법관(전 대검 중수부장), 송광수 변호사(전 검찰총장),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의 집에서 밤늦게까지 별을 세어본 적이 있거든요. 검찰 수사를 받은 취재원까지 포함하면 수없이 많습니다. 기자의 숙명이라지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송일국씨가 처음 김씨를 만났을 때 조금만 친절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자 편향적인 관점에서 추정해 보면, 김씨가 송씨를 찾아가던 날, ‘폭행’은 없었는지 몰라도 김씨는 ‘모멸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스토커를 보듯 인상을 쓰며 말 한마디 없이 현관문을 닫아버린 송일국씨에게 서운했고, 아마도 현관문 등에 약간 다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병원에서 ‘운 나쁘게’ 전치 6개월로 ‘과장’됐고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면서 더는 주워담기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후 두 사람의 진실공방은 감정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한 사람은 옹고집을 버리지 못해 교도소까지 가고 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을 밝히지 않은 김씨의 탓이 당연히 큽니다. 그러나 사실을 시인할 수 있도록 마지막 자존심을 허락하는 송씨의 배려도 저는 아쉽습니다. 지나친 바람이자 공정함을 잃은 기자 편향적인 분석이지요? 옳은 지적입니다. 한 중년의 여자가 ‘과장된 말’의 대가로 감옥살이까지 한다는 것이 마음을 싸하게 해서…. (송일국씨가 잃은 것이 더 많다는 어느 네티즌의 지적도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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