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975년부터 아빠가 아이의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결론은 다정하고 긍정적인 아빠가 자존감과 자신감, 자기절제력 있는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다. 아빠가 어렸을 때 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커서 독서를 즐기고, 아빠가 학업진행에 관심을 두면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고, 아빠가 학교활동에 적극적이면 아이가 대학입학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다.
아빠와 대화를 자주하는 아이는 언어능력도 뛰어나다. 아이가 감성적인 언어를 엄마에게서, 추상적인 언어를 아빠에게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빠를 자주 접하지 못하면 아이는, 아빠의 부재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감을 잃게 된다는 게 연구 결과다.
영국 정부는 그래서, 아빠가 학교 교육에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국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 더럼(Durham)의 헬렌 오클랜드 초등학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금을 받아 아빠가 주도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아빠, 할아버지 등 가족 중 남자만 초대하는 특별한 날을 마련해 아침밥을 함께 요리하고 공예품을 만들고 지역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이다. 선생님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아빠 이야기를 자주한다. 아빠가 학교에 또 올 수 있는지 묻고 다시 초대하자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교육을 논하는 아빠가 많지는 않다. 지난해 미국 조사에 따르면 아빠 32%가 자녀 학교에 방문한 적이 없고, 54%가 학교 자원봉사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아빠는 54%, 선생님과 면담한 적 있는 아빠는 77%로 나타났다. 2007년 영국 조사에서는 86%가 자녀와 집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고, 60%가 학교 과제물을 도와준다고 응답했다. 이는 10년 전보다 평균 10%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네덜란드 프리슬란트주에 사는 제라르 얀센(53) 변호사는 두 아들, 릭과 니코를 돌보며 집에서 일한다. 1993년부터 지역물위원회 법률자문으로 일해온 그는 2006년, 유럽연합(EU)의 가족정책 ‘이파파(e-papa·인터넷 아빠)’을 신청했다. 이파파는 아빠가 근무시간·장소를 탄력적으로 선택해 자녀 양육에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활용한 일종의 재택근무 형태다.
얀센은 덕분에 두 아들의 등교와 점심을 챙기고 과제물을 돕는다. 간호사로 일해 야간근무가 잦은 아내도 남편과 집안일을 나누면서 생활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얀센은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에 집중할 수 있어 능률도 높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직원 25%를 탄력근무로 바꾼 지역물위원회는 “근무효율성, 직원만족도 면에서 성공적”이라고 평했다.
● 아빠는 가정에서, 엄마는 직장에서 더 일해야
네덜란드·스웨덴·영국 등 유럽에서는 남성의 육아참여를 돕는 정책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여성 지원 정책만으로 출산장려나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게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빠는 가정에서, 엄마는 직장에서 더 많이 시간을 보내야 ‘가정과 직장의 조화’라는 부부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웨덴 사회보험공단 니클라스 로프그린 연구원은 “아빠도 엄마처럼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가계소득이 줄어들까봐 망설였다. 정부, 회사의 경제적 지원이 최근 늘어나면서 고학력, 전문직 아빠가 육아휴직을 많이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스웨덴는 2008년 7월 부부가 육아휴직을 절반씩 쓰면 ‘성평등 보너스’까지 지급한다. 스웨덴은 아이가 태어나면 여덟살이 될 때까지 월급의 80%를 받으며 부부가 480일간 육아휴직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120일은 엄마, 아빠가 절반씩 나눠 써야하고, 나머지 360일은 한 부모가 몰아쓸 수 있다. 그럼에도 자녀양육은 ‘엄마의 일’이라는 고정관념 탓에 육아휴직의 80%는 엄마가 사용해왔다.
● 아빠가 육아휴직하면 214만원 세금 감면
이에 스웨덴 정부는 남녀 불평등을 개선할 대안을 내놓았다. 엄마와 아빠가 육아휴직을 절반씩(240일) 쓰면 최대 1만 3500 SEK(크로나·약 214만원)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것이다. 스웨덴 사회보험공단 카린 울프 수석연구원은 “출산 후 여성의 직장참여, 남성의 육아참여를 동시에 지원하는 정책”이라면서 “남녀 간 임금차별, 고용차별도 그만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빠 지원’에 기업도 한몫 거든다. 다국적 시장조사기관인 쿠퍼스(PwC) 네덜란드 지사는 2008년 9월부터 아이가 태어나면 아빠에게 열흘간 휴가를 준다. 아이가 5개월이 될 때까지 아무 때나 쓸 수 있고, 월급도 나온다. 지난해만 200명이 신청했다. 아스트렛 테블러먼 인력개발 이사는 “새 가족의 탄생을 회사가 축하한다는 의미”라면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여성 동료에 대한 시선도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설명했다.
● 네덜란드, 아빠에게 유급 출산휴가 10일
쿠퍼스는 또,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최대 2년간 근무시간을 20% 줄여도(주당 32시간) 임금은 10%만 깎는 정책을 펼친다.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거나 매일 1~2시간씩 일찍 퇴근하거나 본인의 선택이다. 퇴근시간 이후에 일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회사가 시간당 20유로씩 보육비를 지원한다. 코엔 존커 홍보담당자는 “직원이 주로 30대 남성이라 회사의 출산·보육정책에 관심이 많다.”면서 “소득이 줄어들더라도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쿠퍼스는 151개국에서 16만 3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지사에는 현재 4900명이 일한다.
영국에는 아빠의 육아를 지원하는 시민단체가 활발히 활동한다. 자녀에 미치는 아빠의 긍정적인 영향을 연구하고, 아빠가 육아를 배울 수 있도록 교육·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고참 아빠가 기저귀 가는법 교육
영국 중서부 스태퍼드셔에서 아버지재단(Fatherhood Institute)이 운영하는 ‘초보 아빠교육’이 대표적이다. ‘고참’ 아빠가 아기를 데리고 워크숍에 참여해 분유 타는법, 기저귀 가는법, 아기 재우는 법 등을 ‘신참’ 아빠에게 가르쳐주는 것. 프로그램 진행자인 니콜라 엘리스는 “갓난아이를 두려워하던 새내기 아빠도 다른 아빠의 능숙한 솜씨를 보고는 안도하며 자신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아빠의 관점에서 임신, 출산, 양육을 설명해주는 인터넷사이트 ‘아빠정보(dad.info)’도 인기다. 돈, 교육, 건강, 놀이 등 주제가 다양하고, 육아휴직 신청하는 법, 세금감면 받는 법처럼 내용도 구체적이다. 이메일 상담도 받는다. 아버지재단의 에이드리언 버지스 책임연구원은 “아빠가 아이와 튼튼한 관계를 맺으면 직장일과 가정일을 엄마와 동등하게 나눌 수 있다. 그러면 직장과 가정을 두고 어느 쪽을 선택할까 고민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웨덴 통합성평등부 라르스 위턴마크(62) 고문은 “아이가 태어나면 아빠가 10일 출산휴가를 받고, 2개월간 육아휴직을 가는 게 보편적”이라면서 “아이가 태어났는데도 직장일에만 매달리면 ‘좋은 아빠가 아니다.’라는 비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유급 육아휴직 480일을 엄마, 아빠가 절반씩 나눠쓰도록 권장하고 있다.
→ 아빠의 육아휴직을 언제부터 운영했나.
- 1974년 출산율을 높이고 노동력을 확보하려고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는 정책으로 도입했다. 180일간의 유급(월급 80%) 육아휴직이었는데 당시에는 엄마의 영역이었다. 1978년 270일, 1986년 360일, 1990년 450일, 2002년 480일로 점점 늘어갔다. 특히 1995년 아빠만 쓸 수 있는 30일간의 ‘아빠 육아휴직’을 시작하면서 남자도 육아휴직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아빠 육아휴직이 60일이다.
→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
- 육아는 여자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사라지고 있다. 100년 전만 해도 엄마가 사망하면 아이를 가족의 다른 여자에게 보냈었다. 남자는 자녀를 양육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아빠 육아휴직’으로 아빠도, 엄마만큼 아기를 잘 돌본다는 걸 직접 확인했다. 현재는 90% 이상이 아빠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스웨덴 어디를 가나 아이를 돌보는 아빠를 만날 수 있다.
→ 직장에서는 어떤가.
- 남녀간 임금차별, 고용차별이 자연스레 개선되고 있다. 출산이나 자녀양육을 고려해 여자를 고용하길 꺼리거나 임금을 깎는 기업문화가 있다. 법률로 금지해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남자도 여자와 마찬가지로 육아휴직을 신청할 ‘위험성’이 높기에 여자라고 차별할 이유가 없어졌다.
→ 육아휴직을 직접 해봤나.
- 아내가 유럽연합(EU)으로 발령을 받아 벨기에 브뤼셀로 옮기면서 내가 육아휴직을 2년 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모유 수유하는 아내를 돕고, 갓난아이를 돌봤다. 즐겁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지금도 딸과는 특별한 교감을 나눈다. 또 내 삶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아빠가 육아휴직에서 끝내고 직장에 돌아와도 자녀양육에 관심을 많이 쏟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법과 정의, 평화의 신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먼 나라에 왔다.” (1907년 7월5일 만국평화회의보 ‘축제 때의 해골’ 중에서)
고종 황제는 1907년 6월15일~10월1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2차 만국평화회의(World Peace Conference)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특사 3명을 파견한다. 법관양성소 제1회 졸업생인 평리원 검사 이준(48), 의정부 전 참찬 이상설(37), 주러시아 공사관 참사관 이위종(20)이 그들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생 페테르부르크, 베를린, 브뤼셀 등을 기차로 달려 두 달 만에 헤이그에 도착했지만, 이들은 회의장 입장조차 거부당했다. 초청장이 없다는 게 공식 이유였지만, 일본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당시 참석자는 회고한다.
그러나 싸움을 포기하지 않고 6월30일 ‘헤이그에서의 한국독립호소문’을 불어로 발행해 45개국 대표 239명에게 보냈다. 을사늑약은 ▲ 고종황제의 승인 없이 ▲ 일본이 무장 병력을 앞세워 ▲ 법률을 무시한 채 체결돼 무효라는 내용이었다. 출입기자단이 발행한 평화회의보가 ‘왜 대한제국을 제외하는가?’ ‘축제 때의 해골’이라는 제목으로 호소문과 이위종 인터뷰를 보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1907년 7월14일 오후 7시 이준 열사는 갑작스레 헤이그 호텔방에서 사망했다. 당시 네덜란드 신문은 뺨에 난 종기수술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대한매일신보(옛 서울신문)는 할복 자결로 보도했다. 사인은 아직도 의문에 싸여 있다. 이 호텔에 1995년 8월 이준 열사기념관이 세워졌다.
지난해 7월 22일, 수단 북부 정부와 남부 반군은 상설중재재판소(Permanent Court of Arbitration·이하 PCA)의 유전지역 아비에이(Abyei) 경계선 확정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비에이는 수단 중앙에 위치한 목초지로 원유 매장량이 풍부하다. 북부 이슬람계 정부와 남부 기독교계 반군은 이 땅을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20년간 피를 흘렸다.
● 유전지역을 둘러싼 수단의 20년간 내전
2005년 1월 150만 명의 목숨을 빼앗은 내전을 끝내는 평화협정이 체결됐지만, 이 지역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었다. 2008년 5월 아비에이에서 충돌이 발생했다. 수단 정부와 반군은 분쟁 해결을 PCA에 요청했다.
중재재판관 5명이 그해 10월 확정됐다. 수단 정부와 반군이 재판관을 각각 지명했고, PCA 국제사무국이 피에르 마리 드푸이 재판장 등을 뽑았다. 중재재판관 선정에 당사자가 참여하기에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 이듬해 4월 18~23일 네덜란드 헤이그 평화궁(Peace Palace)에서 공개재판이 6차례 열렸다. 수단 국민이 재판을 지켜볼 수 있도록 PCA는 인터넷으로 재판을 중계됐다.
● 북부 정부 “우리의 승리” 남부 반군 “균형잡힌 결정”
같은 해 7월 재판부는 아비에이의 경계를 확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건이 시작된 지 1년 만이었다. 북부 정부는 “우리의 승리”라고 환영했고, 남부 반군은 “균형잡힌 결정”이라고 만족했다. PCA 헤더 클라크 변호사는 “이것이 당사자의 주장을 분석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중재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PCA는 국가간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첫 시도로 1907년 탄생했다. 유럽 열강의 경쟁적인 영토 확장으로 긴장감이 높아지자 1899년 러시아 차르 니콜라스 2세는 제1차 만국평화회의(World Peace Conference)를 발의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모인 각국 대표들은 전쟁이 아니라 법으로 국가간 분쟁을 해결하자고 합의했고(헤이그협약), 1907년 제2차 회의에서 PCA 설립을 확정했다. 고종 황제는 이 회의에 이준 열사 등 특사 3명을 파견해 을사늑약(1905년)의 무효를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 중재재판관을 분쟁 당사자가 뽑는다
중재는 전통적인 재판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분쟁 당사자가 재판관을 선정하고, 두 재판관이 합의해 재판장을 임명한다. 재판 장소, 기간, 공개 여부 등도 당사자가 결정한다. 그리고 항소절차가 없다.중재 결정이 내려지면 확정 판결과 같은 구속력을 지닌다.
PCA는 영토, 인권, 조약 등 국가간 분쟁에서부터 국제기구, 국영기업 등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클라크 변호사는 “중재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데다 법원보다 결정이 신속해 2000년부터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41건 가운데 7건만 공개중재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로펌은 PCA 사무국에 젊은 변호사를 파견해 중재 노하우를 배운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와 중국 로펌이 인턴을 보냈다. 한국인은 지금까지 없었다.
국제법률기구의 진출 방법은 ▲ 초급전문가(JPO) 선발 ▲ 국가별 경쟁시험(NCRE) ▲ 공석채용응모 등 세 가지다. 나이와 경력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 1차 영어 930점, 국제기구 근무 경력 가산
JPO는 자국 국적의 인재를 각국 정부가 선발, 지원하는 제도다. 국제기구에서 일하지만 비용(9만~14만달러)은 우리 정부가 부담한다. 매년 5명씩 뽑아 1~2년간 파견한다. 국제기구가 파견이 끝난 후 JPO를 정식 직원으로 남길지를 최종 결정한다. JPO 응시자격은 30세 미만(군복무기간 연장)의 대학 졸업자이며, 시험은 1차 영어(텝스 930점 이상), 2차 필기 및 면접으로 나뉜다. 변호사 등 전문 분야 자격증이나 국제기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면 가산점이 붙는다. 2009년 경쟁률은 41대1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 시험분야 해마다 달라져
NCRE는 유엔 사무국이 주관하는 선발시험이다. 회원국 예산 분담률보다 진출 직원이 적은 국가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 우리나라도 해당된다. 나이 제한은 만 32세. 시험 분야는 각 부서의 인력수요에 따라 매년 달라진다.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2차 일반과 전공 분야 논술 필기시험(4시간30분), 3차 영어 면접(1시간)이 기다린다. 지난해까지 한국인 40여명이 합격했다. 합격자 이아름(27)씨는 “국제현안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수”라면서 “유엔 홈페이지를 교재 삼아 자주 쓰는 영어표현까지 세심하게 익혔다.”고 말했다.
합격했다고 곧바로 국제기구로 진출하는 건 아니다. 채용후보자 명단에 올라갈 뿐이다. 각 부서에서 공석이 생기면 후보자 명단에서 우선 채용한다. 보통 채용까지 3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채용되면 국제공무원으로 정년퇴직(62세) 때까지 신분을 보장받는다. 기다리는 후보자가 너무 많아 올해는 채용시험을 시행하지 않는다.
● 인터넷 채용공고 보고 직접 지원
최근 한국인이 진출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국제기구가 인터넷에 올린 공석 채용공고를 보고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제기구는 직원의 임기가 끝났거나 새로운 보직이 만들어졌을 때 홈페이지에 채용공고를 낸다. 이런 공고 내용을 ‘국제기구 채용정보 사이트’(www.unrecruit.go.kr)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인력 풀(Pool)로 등록하면 이메일로도 보내준다.
국제기구는 승진이 어려워서 처음 채용될 때 직급이 중요하다. 실무전문가인 P-2에서 과장급인 P-4까지 보통 10년, P-4에서 부국장급(D1)까지는 15년 이상 걸린다. 직급별로 학력과 경력 요건을 두는데 P-4는 석사나 박사학위 소지자로 현장 경력이 7년 이상이어야 한다.
“관사나 판공비가 없다면 믿지를 않지요.”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은 ‘회원국 공무원의 최고 보수를 지급한다.’는 국제기구의 보수 조건을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국제기구에는 출·퇴근용 관용차가 한 대도 없고, 사무실 커피 한 잔도 다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 국제재판소 수장도 자가운전자
송 소장은 물론 권오곤 옛 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 부소장도, 그래서 자가운전자다.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 한스 반룬 사무총장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우리나라는 차관급 공무원부터 관용차와 운전기사를 지원한다.
그러나 실무 직원에게 국제기구의 근무조건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상당한 기본 연봉에다 각종 수당, 사회보장까지 두루두루 갖췄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 간 물가 차이를 조정하는 추가 보수. 미국 뉴욕, 스위스 제네바, 네덜란드 헤이그 등 다양한 나라에서 근무하는 유엔 직원이 비슷한 생활수준을 유지하도록, 각 나라의 물가를 고려해 총 연봉을 책정하는 제도다.
● 국가별 물가차이 고려한 연봉 체계
예를 들어 뉴욕에서 일하는 P-4(과장급) 직원은 기본 연봉 6만 6482달러(약 7700만원)에 물가조정 보수 4만 2216달러(약 4900만원)을 더해 받는다. 뉴욕의 물가조정 보수를 기준으로 두고 물가가 저렴한 제네바나 헤이그 직원의 총 연봉을 결정한다.
국가를 옮겨 가며 일하다 보니 직원 복지에도 세심하게 신경 쓴다. 낯선 나라에 정착하면 6년간은 주택비의 40%를 보조해 준다. 이사비, 귀국 휴가비, 가족방문 여행비, 해직보상금 등도 제공한다. 자녀 등록금은 대학졸업 때까지 75%를 지원하지만, 연 2만 5000달러(약 2900만원)를 넘지 못한다.
● 생필품도 면세점에서 구입
국제공무원이라 세금을 내지 않고 생필품도 국제기구 내 면세점에서 살 수 있다. 비행기 탑승시간이 8시간이 넘으면 직급에 관계없이 비즈니스석 비행기표를 끊어준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회보장도 든든하다. 건강·생명보험은 기본이고 근무 중 사망하거나 다쳤을 때도 충분히 보상한다.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면 정년(62세)까지 일하고,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이면 연금을 받는다.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는 지난해, 정부조달 유엔 모델법을 만들면서 우리나라 조달청의 인터넷 기반 ‘다수공급자물품계약제(MAS)’ 규정을 적극적으로 인용했다. MAS제도란 조달청이 단가계약을 체결한 여러 업체를 인터넷 쇼핑몰에 올리면 각 정부기관이 입찰 절차 없이 물품을 사들이는 제도다. ‘인터넷 강국’답게 인터넷을 법률과 적절히 융합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쏟아졌다.주오스트리아 대사관 사법협력관 정창호 부장판사는 “지적재산권 담보 특례법 등 제정 중인 우리 법률을 소개했더니 담보등록제도의 국제표준 개발작업을 우리나라가 주도해달라는 제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국제법률기구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권오곤 옛 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 부소장, 오수근 UNCITRAL 의장이 잇따라 선출되면서 한국법에 대한 인지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젊은 법률가가 다양한 국제법률기구에 인턴 및 실무 전문가로 참여하면서 한국인과 국제기구간의 친밀도도 두터워졌다. 1893년 설립된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는 올해 처음 한국인 인턴을 고용한 데 이어 한국 판사도 파견해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인의 국제법률기구 진출이, 한국법의 국제법률시장 수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젊은 법률가의 국제기구 진출을 후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유럽 소재 국제재판소 등 국제법률기구를 찾아가 한국인, 한국법에 대한 그들의 관심을 시리즈로 싣는다. 1회는 프롤로그로 한발 앞서 국제법률기구에 진출한 젊은 한국 법률가이 말하는 ‘그들만의 비법’을 소개한다.
● 국제법 NO 전문성 YES
밥할 줄 안다고 요리사라고 부를 수는 없다. 국제법은 기본이다. 밥은 물론 나만의 음식을 식탁에 내놓은 인재를 국제법률기구는 찾는다. 올해 UNCITRAL에 정식 채용된 이아름(27·여)씨가 그런 경우다.
외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씨는 석사과정을 밟으며 ICTY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인턴으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했다. 2008~2009년에는 한국무역협회의 후원을 받아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배웠다. UNCITRAL는 전자상거래 모델법을 만들면서 법률과 전자상거래를 접목할 전문가를 물색했다. 이씨의 이색 경력이 딱 들어맞았다. 그는 “국제기구는 바로 현장에 보낼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면서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 자비 NO 지원 YES
유엔은 인턴 직원에게 보수를 주지 않은 게 원칙이다. 그렇다고 길이 없지는 않다. 이아름씨는 유엔산하기구인 ICTY에 일하면서도 우리나라 여성부 국제여성전문 인턴으로 뽑혀 생활비를 보조받았다. ICC 인턴인 전진(26·여)씨는 월 1000유로(약 160만원)씩 생활보조금을 받는다. 그는 “경제적 여건이 어렵다는 사정을 국제기구에 설명하면 지원을 받을 방법이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헤이그국제사법회의(HCCH) 인턴인 이선(30·여)씨는 지난해 헤이그 아카데미를 밟으며 전액 장학금에 생활비 보조까지 받았다.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생인 그는 “불안한 마음에 지원서를 꼼꼼하게 작성한 덕분”이라면서 “일해보니 한국 법률에 대한 관심이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생인 전우정(34)씨도 사법통일국제연구소(UNIDROIT)에서 한국인으로 처음, 생활지원(숙소 및 일 25유로)을 받고 항공기 등 이동장비담보권 협약을 연구하고 있다. ● 인맥 NO 인터넷 YES
국제기구는 공석이 생길 때마다 홈페이지를 채용공고를 낸다. 인턴지원이라도 절차를 차곡차곡 거쳐 실력을 입증받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관심있는 기구가 있으면 ‘즐겨찾기’에 등록해놓고 들락거리는 게 좋다.
검사 출신의 이윤제(41) 아주대 전 부교수는 국제형사법 전문가를 선발한다는 ICTY의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 채용됐다. “검사 경력, 국제형사법 강의 경험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면서 “기본 절차를 충실히 밟는 것이 최고의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전진씨는 “국제형사재판소의 원칙은 인맥을 내세우면 우선 탈락”이라면서 “인터넷 공고에 맞춰 충실하게 자료를 준비하는 게 비법”라고 말했다.
● 영어시험 NO 실력 YES
영어성적이 몇 점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의견을 영어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선씨는 “시험성적은 좋지만 일할 때 의사소통이 힘들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아름씨는 “면접 때 1시간 얘기하다 보면 영어는 물론 배경지식이 다 드러난다.”고 했다. 이윤제 교수는 “영어실력으로만 보면 미국, 영국을 제치고 한국인을 뽑을 이유가 없다. 경력과 법률지식을 충실히 갖추면 수단(영어)을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영어 YES 불어 YES
오히려 불어가 중요하다. 국제법률기구는 불어를 공식언어로 오래 사용해서 문서가 대부분 불어로 남아있다. 국제재판소도 불어를 공식언어로 채택하고 자료를 축적한다. 이런 불어 자료를 읽을 수 있으면 당연히 유리하다. 영어에 능숙한 권오곤 ICTY 부소장이 최근 후배들과 ‘불어 공부 모임’을 시작했다.
외교통사부의 JPO(초급전문가), 유엔의 국가별경쟁시험(NCRE)을 모두 통과해 UNCITRAL 실문전문가로 일하는 이재성(35) 미국 변호사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금물”이라면서 “국제기구가 원하는, 그렇지만 쉽게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전문성, 경력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TV에서 본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내 나이 또래 꼬마의 볼록나온 배와 동그란 눈망울이 밤새 잊혀지지 않고 맴돌던 어린 시절이 있는 써니라면, 국제 현안에 대한 관심으로 똘똘 뭉친 써니라면, "내가 외국어라면 좀 하지!"하는 명석한 뇌를 가진 써니라면,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따듯한 마음을 가진 써니라면 당신의 능력을 더 큰 세상을 위해 보여주세요. ● 국제기구가 뭐에요? '국제기구'하면 무슨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