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그룹 ‘동방신기’가 27일 SM엔터테인먼트를 이겼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부장 박병대)는 SM과 동반신기 간 ‘전속계약 무효’ 소송이 끝날 때까지 ▲ 동방신기의 의사에 반해 SM이 연예활동 계약을 제3자와 할 수 없고, ▲ 동방신기가 제3자와 연예활동 계약을 맺더라도 SM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동방신기에 대한 SM의 지배권을 사실상 무효화한 것입니다. SM은 항고할 것이라 밝혔기에 공은 다시 서울고법으로 넘겨졌습니다. 물론 전속계약이 무효인지를 다루는 본안 소송도 남아 있습니다.
관련 블로그 글 SM-동방신기 현재 전속계약서 전문 공개
법원이 동방신기 결정문에서 가수 ‘보아’도 계약기간이 15년이라고 밝힌 것을 보면 대다수의 아이돌 스타가 ‘노예계약’의 늪에 빠져있는 듯합니다. 동반신기의 수익분배 조건( 5만장까지 배분 없음, 5만~10만장 판매하면 매출의 2%, 10만~20만장 3%, 음반 20만장 5% 배분 등)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연예인에게 유리한 것이라고 SM이 강변하니 다른 연예인의 전속계약 내용은 당연히 더 열악하겠지요.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연예인의 ‘노예계약’을 대한민국에서 없애는 용기있는 첫걸음을 동방신기가 내딛은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법원이 동방신기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SM과 동방신기 간 전속계약이 사회질서에 반할 만큼 불평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SM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지배력을 행사했고, 그로 인해 동방신기가 경제적 자유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 당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볼까요?
① 계약기간 13년은 국내 가수의 전속계약 가운데 최장기간에 해당합니다. 동방신기는 아이돌 스타라 전성기의 연예활동 권리가 SM에 완전 귀속될 수 있습니다. ② 동방신기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③ 계약 손해배상액이 투자액의 3배, 잔여 계약기간의 일실이익의 2배로 과다합니다. 게다가 ④ SM이 계약을 위반했을 경우 손해배상액은 정한 것이 없습니다. ⑤ SM은 ‘인기관리’ 등 추상적인 의무만 지니지만, 동방신기는 ‘매니저의 일정 관리와 앨범 제작시기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등 계약 당사자 간의 권한과 의무의 배분이 균형을 잃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속계약을 전부 무효라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동방신기가 ▲ 개별적으로 합의해 그룹활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고, ▲ 수익배분 비율 등 일부 계약 조항은 가처분 단계에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김재중·김준수·박유천은 원한다면 독자 활동이 가능해졌습니다.
동방신기가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소식을 지난 8월 3일, 4일, 6일 블로그 글 ▲ 한류스타 동방신기도 ‘88만원 세대’, ▲ 동방신기-SM 전속계약서 주요 전문, ▲ 동방신기 소송 판결문을 ‘미리보다’ 에서 전했습니다. 당시 제가 동방신기가 일한 만큼 대우받을 수 있도록 법원이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는데 기대하던 결정이 내려져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다음은 결정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재중(23)
김준수(22)
박유천(23)
● 주문
1. 신청인은 SM엔터테인먼트를 위해 10억원을 법원에 공탁하라.
2. SM은 신청인의 뜻에 반해 방송·영화출연, 공연참가, 음반제작, 각종 행사 참가 등 연예활동과 관련해 제3자와 계약을 맺거나 교섭해서는 안 된다.
3. SM은 방송사·음반제작사·공연기획사 등 제3자에게 동방신기의 연예활동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동방신기와 관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등 동방신기의 연예활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
● 사건의 개요
1. 신청인은 2004. 1. 14. 1집 음반을 출시해 공식 데뷔해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남성 5인조 가요그룹 ‘동방신기’의 구성원이다. SM은 음반기획 및 제작·유통, 연예인 매니지먼트 등을 하는 대형 연예기획사이다.
2. 국내 연예산업 규모가 1980년대 중반 이후 확장됨에 따라 SM은 장기적 투자와 기획을 통해 유망주를 직접 발굴·육성하고, 음반의 제작·유통을 주관하며, 홍보와 관리를 통해 소속 연예인의 인기를 형성·유지하는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3. 동방신기는 역시 전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육성된 사례로, 신청인들은 연예인 지망생 때부터(김재중은 3년, 김준수는 5년간 연습생으로 생활했다) 인기를 구가하는 현재까지 연예활동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SM의 관리에 의존해왔다.
4. 김재중은 2003. 5. 14., 김준수는 2000. 2. 12., 박유천은 2003.6.30. SM과 전속계약을 체결한 이래 5차례에 걸쳐 계약내용의 일부를 변경하는 분속합의를 했다.
● 법원의 판단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이다(민법 제103조). 이 사건의 전속계약으로 SM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반면 신청인은 경제적 자유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 당하고 있다. 그래서 민법 제103조에 따라 전속계약은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 계약의 구조적 불공정성
1. 거래 지위의 불균형
개인적 자질 못지 않게 연예기획사의 명성이나 기획력, 홍보 등 마케팅 능력이 가수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전문화된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고착화되고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의 시장지배력이 점차 강화되는 상황이라 기획사가 가지는 거래상 지위는 전속계약의 상대방인 소속 연예인(가수)에 비해 구조적으로 우월적인 것이 일반적이다.
신청인은 대등한 교섭력이나 협상력을 확보하지 않은 채 최초계약과 이후 부속합의 과정에서 SM이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계약조건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2. 초장기 계악기간
-계약기간 13년으로 아이돌스타인 동방신기는 전성기 대부분을 지배당해야 한다. 최초계약 때는 데뷔음반 출시일로부터 10년이었던 것이 2004. 1. 14에 13년으로 늘어 계약만기일은 2017. 1. 13년이 됐다. 신청인의 군복무기간 등을 감안하면 그보다 더 연장될 수 있다. 13년의 계약기간은 국내 가수의 전속계약 사례 중 극히 일부(SM 소속 가수인 보아와 유영진은 15년이다)를 제외하고는 최장기간에 해당한다.
3. 일방적인 해지권
SM의 계약위반에 대응하는 신청인의 계약 해지권이나 선택권이 전혀 없다. 합의로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거액의 손해배상액을 신청인이 지급해야 한다. 이는 신청인이 계약에서 벗어나지 길을 아예 봉쇄한 것이다.
4. 과도한 손해배상액
신청이 계약을 해지하려면 손해배상으로 ▲ 총 투재액(홍보비 및 기타 어떤 형태로든 지급되거나 사용된 제반 비용)의 3배와 ▲ 잔여 계약기간 동안의 일실이익의 2배를 배상해 줘야 한다. 이는 규모도 과다한데다 산정기준도 ‘총 투자액’ ‘일실이익’의 주관적·가변적이다. 게다가 신청인이 성공을 거둘수록 배상 규모가 확대된다. 반면 SM은 계약을 위반했을 경우 손해배상금이나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계약조건이 없다.
5. SM의 정당화 주장
SM은 해외진출을 겨냥한 신인을 발굴·육성하려면 장기계약(일본 현지의 에이벡스(avex) 엔터테인먼트와는 7년 계약했다)이 필수적이라 부득이 계약기간을 13년으로 정했다고 주장한다. 또 동방신기의 수익분배 조건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신청인에게 유리하도록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연예산업이 투자위험성이 높다는 이유로 장기의 계약조건이나 과다한 손해배상액을 정당화할 수 없다. 연예인 매니지먼트 계약이 단순한 고용관계나 용역제공 관계가 아니라 전인적인 활동 전반이 관리대상이 되는 계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진출을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일방적인 구속관계를 정당화할 수 없다. 또 계약기간과 손해배상액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수익분배 조건을 일부 개선했다고 한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체결된 계약상 하자가 치유됐다고 볼 수 없다.
연예인의 성장 단계, 대중적 인기, 수익전망 등을 고려해 계약 당사자 쌍방이 손익 배분에 관한 책임과 권한을 나눌 수 있는 계약이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국내 가요시장의 과점적 구조에 비춰볼 때 장기 전속관계는 경쟁업체의 무임승차를 방지하기보다는 오히려 신규 사업자의 시장참여를 가로막는 진입장벽으로 가능해 SM 같은 대형 연예기획사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따름이다.
● 독자 활동 허가의 필요성
1. 신청인과 SM의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이미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2. 전속계약의 구속력을 유지하는 것이 경제적 측면을 넘어 직업선택의 자유와 활동의 자유 등 헌법적 기본권까지 심각해 침해할 우려가 있다.
3. 따라서 본안 소송에서 권리관계의 다툼이 최종적으로 가려지기 전까지 신청이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임시의 지위를 허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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